글쓰기/시

한철

종이인형 꿈틀이 2001. 8. 20. 11:06

* 한 철 *


쩌렁쩌렁...
아파트의 6층 베란다에서 매미가 맴맴거린다.
해가 지고 땅거미가 깔린 밤이건만 매미는 섧게 쩌렁거린다.
덩달아 나도 징징거리려 한다.

밤하늘을 본다.
듬성듬성 눈인사를 하는 조무래기 별들.
한여름 밤하늘을 수놓다가 주섬주섬 흩뜨러진 빛을 모아 떠나는 별자리도 있고,
슬몃슬몃 다가와 자리를 펴는 가을철의 별자리도 있다.
입추도 지나고 말복도 지나고 처서가 그리 멀잖은 이즈막.
하늘이 가장 먼저 가을맞이를 한다.

그래도 한낮은 아직 여름이다.
가뿐하게 떠날 깜냥인지, 아님 벌써 꽃을 피운 코스모스가 얄미워서인지
세상을 삶을 양 불볕을 왈칵 게우고 있다.
어쩜 저 매미도 밀려가는 여름의 끝자락을 가까스로 붙잡고 몸부림을 치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제 뜻을 미쳐 이루지 못한 채 보내는 여름이 서러워 우는지도 모른다.
그는 7일을 위해 7년을 땅속에서 기다렸다.

오늘 저렇게 몸부림치다가 내일 고꾸라져 죽을 매미여,
네 삶이 아름답구나.
딱 한번만이라도 실컷 몸을 떨며 고함치는 너는,
너의 한창을 아는 이이니.

-종이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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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섧다 : 원통하고 슬프다. 서럽다.
* 조무래기 : 자질구레한 물건. 어린아이들을 일컫는 말.
* 한창 : 가장 성할 때. 가장 활기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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