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시
거울과 겨울
종이인형 꿈틀이
1999. 12. 29. 12:51
안녕하세요. 박종인입니다.
이렇게 추운 겨울날에는 저수지에서 얼음을 지치며 놀던 어린시절이 생각납니다. 날이 추울수록 저수지는 쩡쩡 소리내며 금이 갔죠. 그러면 우리는 혹시나 얼음장이 깨지는가싶어 재빨리 밖으로 달아나며 한숨을 쉬곤 했죠. 얼음장은 닦이지 않은 유리마냥 투명했습니다. 그 얼음은 악동이들의 불거진 볼과 하얀 입김이 나오는 파란 입술을 비추곤 했습니다.
저수지 옆의 솔숲에서는 솔방울과 삭정이로 모닥불을 피우며 고구마랑 밤을 구워먹곤 했습니다. 새까만 서로의 입가를 보며 까르르 웃던 꼬맹이들이 지금은 고만고만한 아이을 둔 아빠가 되어있군요.
또다시 찾아온 겨울입니다. 그리고 한해를 갈무리하는 즈음에 이르렀죠. 지나온 봄, 여름, 가을이 어떠했든 우리는 겨울에 이르렀습니다. 잠잠,,,
********************************
* 거울과 겨울 *
거울 앞에 서 있다.
거울 앞에 발가벗고 서 있다.
수많은 생채기와 멍든 흔적들을 거울에 비쳐보며
그 상처에 얽힌 이야기를 떠올린다.
옷을 입는다.
보드라운 속옷을 입고 어울림 좋은 중간옷을 입고 모양 좋은 겉옷을 입고 다시 거울 앞에 섰다.
거울 앞에서 면도를 하고 머리를 빗고 맵시를 살피고 여러 표정들을 지어본다.
겨울 앞에 서 있다.
세초에 줄기차게 달려오다가 이제 세말에 이르렀다.
많은 이야기를 품은 한해를 되돌아보며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에 울고 웃는다.
세월을 입는다.
풋풋함과 화려한 봄을 입고 왕성함과 이글거리는 여름을 입고
원숙함과 다양한 가을을 입고 이제 눈부시게 새하얀 겨울을 입는다.
이 겨울에 1999년의 많은 인연들을 떠올리며
책상 앞에 앉아 수첩을 정리한다.
수첩 속에 박혀있는 사람과 연락도 하고 뭔가를 끼적거리기도 한다.
그리고 다가올 2000년을 설램과 희망을 가지고 채비를 한다.
겨울은 거울과도 같은 것,
거울 앞에서 몸을 살피듯 겨울 앞에서 해를 살핀다.
겨울에 거울 앞에서 거울 속의 겨울 사내를 살핀다.
내 꼬락서니는 어떠한가?
-종이인형-

이렇게 추운 겨울날에는 저수지에서 얼음을 지치며 놀던 어린시절이 생각납니다. 날이 추울수록 저수지는 쩡쩡 소리내며 금이 갔죠. 그러면 우리는 혹시나 얼음장이 깨지는가싶어 재빨리 밖으로 달아나며 한숨을 쉬곤 했죠. 얼음장은 닦이지 않은 유리마냥 투명했습니다. 그 얼음은 악동이들의 불거진 볼과 하얀 입김이 나오는 파란 입술을 비추곤 했습니다.
저수지 옆의 솔숲에서는 솔방울과 삭정이로 모닥불을 피우며 고구마랑 밤을 구워먹곤 했습니다. 새까만 서로의 입가를 보며 까르르 웃던 꼬맹이들이 지금은 고만고만한 아이을 둔 아빠가 되어있군요.
또다시 찾아온 겨울입니다. 그리고 한해를 갈무리하는 즈음에 이르렀죠. 지나온 봄, 여름, 가을이 어떠했든 우리는 겨울에 이르렀습니다. 잠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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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울과 겨울 *
거울 앞에 서 있다.
거울 앞에 발가벗고 서 있다.
수많은 생채기와 멍든 흔적들을 거울에 비쳐보며
그 상처에 얽힌 이야기를 떠올린다.
옷을 입는다.
보드라운 속옷을 입고 어울림 좋은 중간옷을 입고 모양 좋은 겉옷을 입고 다시 거울 앞에 섰다.
거울 앞에서 면도를 하고 머리를 빗고 맵시를 살피고 여러 표정들을 지어본다.
겨울 앞에 서 있다.
세초에 줄기차게 달려오다가 이제 세말에 이르렀다.
많은 이야기를 품은 한해를 되돌아보며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에 울고 웃는다.
세월을 입는다.
풋풋함과 화려한 봄을 입고 왕성함과 이글거리는 여름을 입고
원숙함과 다양한 가을을 입고 이제 눈부시게 새하얀 겨울을 입는다.
이 겨울에 1999년의 많은 인연들을 떠올리며
책상 앞에 앉아 수첩을 정리한다.
수첩 속에 박혀있는 사람과 연락도 하고 뭔가를 끼적거리기도 한다.
그리고 다가올 2000년을 설램과 희망을 가지고 채비를 한다.
겨울은 거울과도 같은 것,
거울 앞에서 몸을 살피듯 겨울 앞에서 해를 살핀다.
겨울에 거울 앞에서 거울 속의 겨울 사내를 살핀다.
내 꼬락서니는 어떠한가?
-종이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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