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칼슘(Ca)
[23일] 칼슘(Ca)
(2020. 3. 18. / 배려)
얼었던 땅이 풀리는 해토머리, 들녘에 농부의 모습이 하나둘 비치기 시작한다. 논두렁 밭두렁을 둘러보며 남들보다 서둘러 순을 내는 냉이 달래도 살펴보며 한해 농사를 구상한다. 머릿속에서 밭을 갈고 비료를 주고 씨를 뿌리고 가꿔서 수확할 것들이 회전그림처럼 돌아간다.
농부가 가장 먼저 밭에 뿌리는 비료는 석회질비료다. 그 다음에 퇴비를 뿌리고 화학비료를 뿌리고 작물을 심는다. 왜 석회비료를 가장 먼저 뿌리는 걸까?
석회비료는 다른 비료가 비료의 효과를 잘 나타내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다른 비료는 살포한 비료의 성분이 작물에 흡수되어 작물에 이용된다. 하지만 석회는 자신이 작물에 이용되기 위해 뿌려지기보다는 다른 비료들이 잘 흡수되도록 돕는 역할이 더 크다. 작물은 질소, 인, 칼륨, 칼슘, 마그네슘 등 양분을 필요로 한다. 이중에 칼슘은 석회비료에 들어있다. 그러므로 석회비료를 주면 칼슘을 주는 것이다. 그런데 농가가 석회질비료를 밭에 뿌리는 진짜 이유는 이 칼슘을 주기 위해서라기보다는 토양의 산도를 알맞게 맞추기 위함이다.
작물이 자라기에 알맞은 토양산도가 있다. 비료가 흡수되기에 알맞은 토양산도가 있다. 물론 작물마다, 비료마다 이 토양산도는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약산성과 중성 사이를 좋아한다. 토양의 산도가 약산성에서 중성일 때 작물은 잘 자라고, 또한 토양에 준 비료도 이 상태일 때 작물에 잘 흡수된다.
물의 온도가 꽁꽁 어는 영하도 있고, 영도도 있고, 펄펄 끊는 백도도 있다. 사람이 목욕하기에 알맞은 물온도는 체온과 비슷한 37℃ 내외의 따뜻한 물이다. 이 물에 몸을 담그면 몸이 풀어지고 기분이 좋아지고 나른해지며 피로가 풀린다. 사람에 따라 40℃ 이상의 뜨거운 물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10℃ 이하의 냉수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체로 따뜻한 물에서 목욕하는 걸 좋아한다.
참깨는 pH 5의 산성을 좋아하고, 무와 땅콩은 pH 7의 중성을 좋아하지만 대부분의 작물에 알맞은 토양산도는 pH 6.5 내외다. 토양산도가 pH 6~6.5일 때 대부분의 양분은 작물에 흡수가 잘 된다. 그러므로 토양에 이들 양분을 비료로 주기 전에 토양산도를 알맞게 조절해줘야 한다. 우리나라의 평균 토양산도는 pH 5.5인 산성토양이다. 이 산성토양을 약산성이나 알카리로 개량하는 데는 칼슘이 최고다. 칼슘은 석회질비료에 들어있다. 그러기에 작물을 재배하기 전에 미리 석회질비료를 줘서 토양산도를 pH 6.5에 가깝게 해줘야 한다.
어느 밭의 정확한 토양산도는 토양검정을 하면 알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300평인 10a에 석회질 비료를 200kg 살포한다. 토양산도가 pH 5 이하의 산성이거나 pH 7 초과의 알카리성으로 치우치면 비료를 줘도 그 비료가 제대로 흡수되지 못한다. 이는 입안이 헐면 음식이 있어도 제대로 먹을 수가 없는 것과 같다. 입안의 상처를 치료해야 맛있는 음식도 제대로 먹을 수 있다. 비료를 주기 전에 산성토양을 개량하기 위해 석회질비료를 줘야 하는 이유다.
석회질비료는 다른 양분의 흡수를 돕는 비료다. 이는 새벽에 일어나 이슬 맺힌 풀섶을 헤치며 길을 안내하는 이슬떨이요, 밤새 내린 눈길을 앞서 걷으며 길을 내주는 숫눈밟이다. 앞서 가던 사람이 여닫이문을 밀고 들어갔다가 뒤에 오는 사람을 위해 문 손잡이를 잡아주는 것과 같다. 이는 배려하는 마음이다. 칼슘은 다른 양분을 배려하는 양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