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뫼지기(큰형)

도둑이 제 발 저린다

종이인형 꿈틀이 2007. 9. 6. 17:58

도둑이 제 발 저리다.


동물들은 주인을 알아본다.

자기에게 밥을 주는 사람을 주인으로 알며 자기에게 해를 주는 사람은 경계한다.

텃밭에 몇 마리의 닭을 키우고 있다.

그들이 자라는 과정과 사육하며 보고 느끼면서 인간 삶과 닮은 경우를 보게 된다.


시장에서 처음 병아리를 사다 놓으면 닭들의 세계에서 엄청 왕따를 당한다.

기존의 닭들에게 얼씬도 못하고 늘 한쪽에서 자기들끼리만 지낸다.

먹이를 주어도 사정없이 부리로 찍는 바람에 따로 사료를 주게 된다.

먹이를 주려고 가까이 다가가면 겁을 먹고 도망간다.

그들에게 따로 모이를 주며 기존 고참들에게서 보호를 해주었다.

그랬더니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주인을 알아보며 경계를 푼다.


항상 아침 동이 트면 모이를 주기 때문에 이 시간이 되면 밥 달라고 합창을 한다.

그러면 모이를 주려고 방문을 열고 나가는 발자국 소리만 듣고도 주인을 알아보듯 금세 조용해진다. 사료를 바가지에 담아가는 발자국 소리와 먹이통을 여는 작은 소리도 그들은 민감하게 알아차리고 빨리 오기만 숨죽이며 기다리는 것이다.

닭들에게 있어 그 시간은 하루 중에 가장 배고프고 그 배를 채워주는 기대를 갖는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이다. 문을 열고 우리 안에 들어가면 단 일초라도 먼저 먹겠다며 달려오는 그들이 안스럽기도 하고 주인을 알아보는 것에 고맙기도 하다.


그런데 모난 행동을 하는 한 암탉을 발견했다.

나만 들어가면 ‘꾹 꾹...’ 소리 지르며 이리 저리 다니면서 안절부절 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저 잡으려고 가는 것도 아니고 밥 주려고 하는데 왜 이 닭만 놀래서 저러는지 알 수 없었다. 한번만 그런 것이 아니라 우리에 들어갈 때마다 잘 놀다가도 나만 보면 그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이다.

분명히 그럴만한 이유가 있으리라 여기며 유심히 바라보니 그 때서야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나에게 한 번 혼을 난 닭이라는 사실이다.

나는 서로 비슷한 닭이라 못 알아봤지만 그 닭은 나를 알아보고 두려워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자폐증 같은 증상을 보여 주었다.


이 닭은 그리 높지 않는 울타리를 넘어온 것이다.

울타리는 겨우 일 미터 반 정도의 높이다.

이보다 더 높은 감나무위에서 잠을 자는 것으로 볼 때 울타리를 넘어 나오는 것은 식은 죽 먹기보다 더 쉬운 일이다.

저녁에 보면 닭들이 울타리 줄에 앉아서 잠을 청하는 모습을 가끔 본다.

그리고 아침에는 자기들이 지내던 우리 안으로 내려가는 것이다.

울타리위에서 몸 방향만 틀면 밖으로 탈출하는데 성공 할 수 있지만 그들은 본능적으로 올라온 데로 다시 내려가는 것이다.

그 모습을 보면서 역시 닭들을 미련하구나 하며 웃었던 일이 있었다.

그런데 울타리 넘어 탈출한 닭이 가끔 발생한다. 본능적으로 먹이가 부족하거나 모이를 줄 때가 지나면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넘어 오는 경우가 있었다.

나로서는 다시는 나오지 못하게 날개깃을 자르는 방법을 사용했다.

상처가 나지 않으면서 넘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방법이지만 닭은 죽는 줄 알며 비명을 지르곤 한다. 그 이후로 나는 잊어버렸지만 그 닭은 자기를 혼내준 주인을 알고 있었다가,

먹이를 주려고 우리 안에 오자 그 때의 기억을 본능적으로 알고 도망 다녔던 것이다.


우리 속담에 ‘도둑이 제 발 저리다’ 는 말이 그 닭에게 알맞은 표현이리라.

다른 닭들과 달리 요리저리 다니며 스스로 자기가 죄수(罪獸)?의 불안한 행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 인간세계에서도 이와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람들에게 행복이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대다수가 마음의 평안함을 말하고 있다.

그런데 이 마음의 평안과 행복을 빼앗아가는 가장 큰 요인은 죄(罪)라고 할 수 있다.

악인에게는 평강이 없다는 말이 있듯이 죄는 자기에게 유익한 것이 와도 불안해야 하는 닭처럼 범사에 의심과 두려움으로 진정한 평안을 누리지 못하게 한다.


죄는 사람이 어디로 가든지 움츠리게 만들고 염려와 근심을 가져다준다.

반대로 의인은 사자같이 담대하게 하고 좋은 것은 좋은 것으로 볼 줄 알고 여길 줄 아는

순수함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사람이 진정 자유인이라 여기며 이러한 사람들이 많을수록 그 사회는 다 밝고 아름다운 사회일 것이다.

 

-활뫼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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