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뫼지기(큰형)

[스크랩] 무화과를 사수하라

종이인형 꿈틀이 2007. 8. 12. 23:02
 

 무화과 열매를 사수하라.


교회 정원에 15년 된 무화과나무 한 구루가 심어져 있다.

이곳에 정착한 그 해에 동네에서 가지 하나를 꺽어 삽목 한 것이 이처럼 든든한

실과가 된 것이다.

장마 중에도 한 두 개씩 탐스럽게 익어가는 열매를 따 먹는 재미가 여간 솔 솔 하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이 열매를 욕심내는 친구들이 있었다.

자유분방한 이들은 그런 대로 우리 먹을 것은 남기면서 먹었기에 그냥 내버려 두었었다.


저들도 먹고 살라고 창조주가 지었기 때문이다.

몇 번이나 못 먹게 하려다가 그냥 너그러운 맘으로 내버려 두었었다.

올 해는 그 어느 해(年)보다 최상의 날씨가 계속되어 모든 농산물이 좋은 것 같다.

특히 해마다 장마철이면 막대한 타격을 주는 고추의 역병도 구경하기 힘들 정도로 아주 좋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질세라 무화과나무 열매도 아주 큼직하게 열리기 시작했다.

무화과는 마치 부풀어 오르는 찐빵처럼 되면 이틀이나 사흘이면 누르스름하게 농익은 상태가 된다.

이때가 가장 달콤하면서도 부드러운 최상의 열매가 된다.


그 모습을 날마다 눈총을 쏘면서 확인하며 익으면 재빨리 따 먹으려고 기다린다.

그런대 미처 다 익기도 전에 얄밉게도 입을 대는 녀석들로 인해 번번이 놓치고 만다.

이 녀석들은 나보다 먼저 밖에 나오고 수시로 드나들며 항상 기회를 옅고 있다.

그래서 열매가 부풀어 오르면 벌써 알고 먼저 시식을 하는 바람에 나로서는 허탕만 친다.

사랑하는 우리 가족들에게 맛을 보여주고 싶은데 이 녀석들이 서리하는 바람에 늘 한발 놓친다. 더구나 혼자만 오는 것이 아니라 친구 연인, 가족들까지 같이 오는 것 같다.

무화과는 한 번에 다 익어가는 열매가 아니라 여름부터 가을까지 돌아가며 순서대로 익기 때문에, 마치 냉장고에 먹을 것을 저장해서 먹고 싶을 때 꺼내먹는 재미를 주는 것과 같은 아주 고마운 나무이다.


이걸 아는 고약한 그 녀석들은 날마다 와서 선수를 치니 나 역시도 점 점 화가 나기 시작했다. 지들만 입이 아니고 나도 입이고 실제로 정성들여 가꾼 주인이 누군데…….

도저히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고함도 치고 손으로 치는 흉내도 내보고 막대기를 가지고 위협도 했지만 그 때 뿐이다.

그들도 나를 비웃듯 뭐라고 지껄이고는 도망가 버린다.

나 역시도 점 점 강도를 높여서 그들에게 대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 싫어하는 냄새를 풍기는 좀약을 걸어놓았다.

역겨운 냄새가 무화과 열매의 향기를 차단하지 않을까?


하지만 그들은 변함없이 먹을 것 다 먹고 간다.

그래서 이번에는 그들이 먹고 남은 열매에다 파리모기를 죽이는 ‘에어로졸’을 뿌려 놓았다.

나도 못 먹는 것 그들도 못 먹게 하기 위함이다.

그랬더니 그 열매는 그냥 놔두고 다른 성한 것을 먹기 시작한다.

내 생각은 냄새 때문에 맛을 잃어버리고 다시 안 오기를 바랐던 것이다.

이러한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들은 한바탕 먹고 도망간다.

어찌하면 좋을까? 하며 고민하는데 문득 아주 기발한 생각이 스쳐간다.

즉시 실행에 옮겼다.

몇 년 전에 어느 분이 쓰다가 주고 간 모기장이 창고에 있었다.

행여 사용할까 해서 버리지 않고 놔두었지만 한 번도 쓸 일이 없어 그대로 보관했던 것이다. 막상 모기장을 설치하니 그야말로 안성맞춤이다.

나무 밑 부분은 열려있지만 위의 열매를 보호하는 보호막으로는 아주 적당했다.


얄미운 모기를 방어하려고 만들어진 모기장이 과일은 보호하는 역할을 하게 될 줄이야…….

여기서 열매를 허락 없이 따 먹는 그들의 정체를 밝혀야 할 것 같다.

사계절 사는 텃새의 일종인 ‘직박구리’ 같이 생긴 새이다.

정확히는 잘 모르겠다.

더불어 떼로 몰려다니는 ‘물까치’들도 오지만 그들은 약간 사람들을 두려워한다.

가끔 오기 때문에 별 염려 않지만 먹이가 없는 겨울에는 이들도 자주 와서 ‘파라칸다’와 ‘호랑가시나무’의 빨간 열매는 남김없이 먹어 치우는 녀석들이다.

지금의 새는 잘 생기지도 못했으면서 사람들이 먹는 과일을 아주 좋아 하는 편이다.

이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마치 무화과열매로 하루의 식사를 다 해결하는 것 마냥 자주 오는 자들이다.

부리가 길어서 과일을 먹기에 적합한 모습을 갖추고 있다.


모기장을 설치하니 과연 오는 횟수가 줄어들었다.

몇 번이나 왔다가 불만의 소리만 내고 다른 곳으로 날아가 버린다.

그러다 어느 날 소리가 나서 가보니 두 마리가 모기장 밑으로 들어가서 열매를 시식하고 있었다. 다가가자 위험을 알고 도망가려고 날갯짓을 하지만 이미 모기장으로 번번이 부딪쳐 그 안에서 헤매고 있었다.

모기장은 밖에서 보면 확실히 표시가 나지만 일단 안에서 보면 하늘과 뻥 뚫어진 것처럼 보인다. 그러니 그 새들은 자꾸 위로만 날아가려다가 결국 나에게 한 마리가 잡혔고. 다른 한 마리는 용케도 아래로 빠져 나가 도망을 가 버렸다.


이 걸 어떻게 할까?  손 안에 전해져 오는 새의 심장 소리를 들으니 차마 죽일 수는 없었다. 그 대신 금지된 열매를 따 먹는 죄의 대가는 치르도록 해야 했다.

텃밭에서 키우는 닭들에게 적용했던 방법이 생각났다.

가끔 울타리를 넘어 나오는 닭이 있다.

잡아서 그냥 넣어주고 용서하면 틀림없이 그 다음날 또 나온다.

그래서 날지 못하도록 날개깃을 적당히 잘라 주었다.

상처가 나지 않으며 시간이 지나면 또 자라기 때문이다.

이 새도 그 방법으로 날개를 자르고 놓아 주었더니 ‘꽁당 꽁당’ 뛰어서 도망간다.

하늘을 훨훨 나는 자유를 빼앗은 것이다.

이제 땅에서 천적을 피하며 살다가 시간이 지나면 날개가 자라나 다시 나르리라 믿는다.

혹 동료를 만나면 무화과나무의 위험을 경고 해주었으면 한다.

잡히면 자기의 신세와 같다고…….


며칠은 조용히 지나더니 이제는 그들도 요령을 알았는지 밑으로 들어와서 재빨리 먹을 것은 먹고 가버린다.

이제 마지막 카드를 써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아예 밑의 부분도 모기장으로 차단했다.

나무 전체를 장갑차모양 방충(조)망으로 설치했다.

이제야 안심이 되고 더 이상 피해는 없었다.

대신 손으로 열매를 따지 않고 손잡이가 긴 손모양의 기구로 열매를 수확했다.


요즘 들어 부쩍 자연의 곤충과 새 그리고 동물들의 피해가 점 점 늘어난다.

자연의 균형을 깨뜨린 그 대가이고 반란이라 생각된다.

오늘도 힘들지만 고집스럽게 유기농으로 정원과 텃밭을 관리한다.

지금의 힘든 것이 나중에 편리하고, 지금의 편리한 농약의 사용이 나중에는 더 힘들게 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활뫼지기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출처 : 활뫼교회
글쓴이 : null 원글보기
메모 :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