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수라백작 *
1.
'마징가Z'을 아시나요?
어린시절 악동이들의 눈길을 잡아끌던 그 만화.
거기엔 남과 여의 두 얼굴을 가진 '아수라백작'이 나옵니다.
어릴 적에 그를 보며, 참 이상하고 신기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어른이 된 지금에는 내가 '아수라백작'임을 알았습니다.
내 웃음은 때론 비웃음이기도 하고,
내 울음은 때론 '악어의 눈물'이기도 합니다.
2.
구름처럼 뭉실뭉실한 가이즈까향나무, 옥구슬처럼 둥그런 옥향나무,
반듯한 원뿔 꼴의 주목, 줄줄이 울타리를 이룬 회양목을 다듬는 내 손은
영화 가위손의 주인공처럼 부산스럽기만 합니다.
귀구멍에 꽂은 이어폰에서는 '비발디의 사계' 중 "여름"이라는 곡이 고막을 떨게 하고,
그 떨림은 가운뎃귀의 망치뼈와 모루뼈와 등자뼈를 거치며 증폭되어 청신경을 간지럽힙니다.
그 간지럼이 참으로 흥겹고 기껍습니다.
사계 중 '봄'은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듯 아른아른하며 잔잔한데,
여름은 작은북을 두드리듯 경쾌하고 발랄합니다.
참 이상하죠?
가장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곡과 가장 많은 사람들이 듣기 지겨워하는 곡이 같은 곡이라고 하더군요.
그 곡은 바로 '비발디'의 "사계"입니다.
누군지는 잘 생각나지 않지만, 한 유명한 그림쟁이가 예수를 그리기 위해서
가장 예수의 이미지를 닮은 사람을 모델 삼아 예수의 초상화를 그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난 후,
이번에는 가롯유다를 그리기 위해 모델을 찾던 중 가장 가롯유다 다운 사람을 찾았는데,
알고보니 그는 몇 년 전 예수의 모델이 되었던 바로 그 사람이었습니다.
3.
가끔은 내 안의 나를 물끄러미 들여다 봅니다.
내 안에 두 얼굴이 있음을 부정하려 애씀은 헛된 몸짓임을 압니다.
차라리 내 안의 두 얼굴 중 좋은 얼굴이 드러나도록 애쓰는 것이 더 나은 것 같군요.
부정과 긍정, 난 긍정을 택하렵니다.
-종이인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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