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바윗돌 옮기기

활뫼지기(큰형)

by 종이인형 꿈틀이 2005. 4. 12. 01:19

본문

바윗돌 옮기기 2005년 4월 12일  am 1:03
http://blog.ohmynews.com/boshing/Home.asp?Artid=561


평생을 흙과 더불어 사셨던 부모님이 잠시 도시에서 살다가 이곳 활뫼에 내려온 지도 어언 십년이 되어간다.
양 부모님 본적이 이곳 고창에 있어 고향이라고 할 수 있는 이곳에서 정착하여 다시 농사를 지으며 사는 옛 모습으로 돌아왔다.
고향에서 아버지는 삽 하나로 황무지를 개간하여 조그만 전답을 가지고 있었으나 도시로 나오는 바람에 다 처분하고 이제는 부모님 소유의 전답은 하나도 없는 형편이었다.

하지만 다른 집안 문중 땅을 벌초하는 조건으로 적잖은 밭을 경작하는 즐거움을 누린다. 무엇보다 편리한 것은 기거하는 집 뒤에 바로 밭이 있고 숲이 있어, 텃밭의 유용함과 땔감을 가져다 군불을 지피는 좋은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어린시절 한 번씩 ‘야굴’이라는 논에 갈려면 멀고 두려운 숲을 지나야만 되는 길이기에 심부름을 꺼려했던 기억이 난다.
학교 다녀오면 늘 해야 하는 맡겨진 일이 땔감과 소의 풀을 뜯는 일이었다.
그 때 자기 소유의 숲이 있는 집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인생을 살다보면 가치 있었던 것이 무가치하고 하잘것없는 것이 유용한 것으로 다가오는 경험을 짧은 시대를 살아오면서 여러 번 느낀다.
참으로 시간만큼 많은 변화를 주는 것은 없다고 말 할 수 있겠다.  

부모님은 뒷밭에다 고추를 심고 수고한 만큼 재미도 봤지만 올 해는 이 곳 특산물인 복분자를 심겠다며 트랙터 쟁기로 가을에 깊이 갈아놓았다.
그런데 전에 없었던 바위와 돌들이 ‘나 여기 있었노라’ 하듯이 삐죽이며 고랑사이로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 동안 이 밭을 경작하면서 수많은 돌들을 주워 냈었다.
어떤 때는 근처에서 작업하는 굴삭기를 동원하여 바위를 밭둑에 옮기기도 했었다. 제주도에 있는 밭에는 돌이 아주 많아 그 돌들을 밭의 경계와 바람막이로 담처럼 쌓여 있던 것을 인상 깊게 보았는데 이 밭이 마치 그런 모습이다. 돌멩이는 부모님이 주워냈지만 바위는 내가 도와주어야 할 일이다.
평소 늘 바쁘게 지내는 탓에 농사일을 자주 도와주지 못하지만, 내가 나서야 할 일은 가끔씩 협조하곤 했었다.

밭 가운데 주저앉은 바위는 움쩍도 하지 않았다.
얼른 생각하면 중장비의 도움을 받아야 하겠지만 그럴 형편이 못되어 결국 손으로 처리해야 했다. 그 방법은 조금씩 부숴서 돌멩이로 만들어서 옮기는 방법이다. 정과 쇠망치를 준비하여 모서리부터 몇 번 내려쳤다.
옛날 석수장이들은 바위의 결을 볼 줄 알아서 정으로 정수리를 치면서 바위를 깨뜨렸다고 한다.
나로서는 그런 전문적인 지식은 없지만 일단 망치로 몇 번 내리쳤다.  
그러자 실금이 나기 시작했다. 그 곳을 집중 공략하니 절대 깨지지 않을 것처럼 보인 바위는 조금씩 허물어져 결국 바위를 치우는 일에 성공했다.
단번에 옮기진 못했지만 잘게 부숴서 옮기는 이 방법은 우리 모든 삶에서 적용할 수 있는 지혜라고 생각한다.

강하게 보이는 바위지만 그 보다 더 강한 것은 할 수 있다는 정신과 의지이라고 본다. 그 어떤 것도 약점은 반드시 있게 마련이다.
해 보기도 전에 포기하고 쉽게 단념하고 조급함 때문에 방황하는 나약한 사람들을 볼 때 마음이 안타깝다.
새 삼 옛 어른들의 지혜의 말씀이 떠오른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눈은 게을려도 손은 부지런하다’
모든 일에 불가능은 없다 단지 방법을 찾지 못할 뿐이다.  
어떤 학자는 말하기를 자기 자신이 발견하지 못한 능력이 오백 개 이상이나 된다고 하였다. 그 은사를 발견하려면 적극적으로 봉사하며 맡은 일을 열심히 할 때 발견된다고 한다.

수많은 실업자들이 방황하는 이 때에도 찾고자 하고 구하는 자에게는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들이 있을 것이다.
장애물을 디딤돌로 삼듯이 나아갈수록 시야가 보이는 안개 속을 헤치듯이, 우선 내딛는 한 걸음이 천리길을 보장한다는 지혜가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활뫼지기-

반응형

'활뫼지기(큰형)'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추 심는 날  (0) 2005.05.18
교회 입간판을 세우려다  (0) 2005.04.20
기러기 탈출  (0) 2005.03.16
아버지와 목욕탕 가기  (0) 2005.03.09
처음 받은 돈봉투  (0) 2005.03.04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