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문화마당지기 박우물입니다.
요즘 뜸했죠.
반성을 하고 있습니다.
날씨가 풀리니 이제 좀 더 열심을 내겠습니다.
우리 공연자의 이야기 하나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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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 가수 엄진서씨는 호텔학을 전공했다.
하얏트호텔에서 졸업 후 벨 보이를 하던 사람이라 그래도 남들 하는 영어는 한다고 자부한 사람이다.
하지만 일찍부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학생 때부터 해오던 노래를 택하게 되어 음반까지 취입한 가수가 되었고, 지하철에 뛰어든 최근에는 가장 열성적으로 공연 현장을 찾아 노래하는 라이브 가수이다.
우리 나라 지하철의 자리잡기는 항상 치열한 편이다.
그래도 어른들에 대한 자리양보는 다른 나라와 비교할 수 없이 양호한 편이라 우리 유학생들이 습관처럼 외국에 나가서 자리를 양보하면 어안이 벙벙해하며 고마워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들었다.
하지만 같은 요금을 내고 탄 대중교통수단을 왜 나이가 더 들었다는 이유 하나로 자리를 양보하는가는 젊은이들에게 이해되지 않는 부분인가보다.
진서씨가 이동을 하기 위해 지하철을 탔다.
우리 공연을 하기 위해 탄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인지는 뚜렷하지 않지만 사람이 많아 그 자신 서있는데 출입문 쪽 바로 자신의 앞자리에 중년의 두 아주머니가 옆 사람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열심히 깔깔대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지하철은 남녀노소가 없는 곳, 어느 정거장에서 늙수그레한 할머니가 승차를 하였지만 아무도 양보를 하지 않고 몇 정거장을 그렇게 지나쳤다.
여전히 그때까지 두 아주머니의 수다는 계속되다 어느 순간 자신들의 앞에서 힘겹게 서있는 할머니를 발견한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가운데 일어서면서 할머니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아이구! 할머니 죄송해요. 저희들이 미처 보지를 못해서."
"여기 않으시지요."
그러자 이제 몇 정거장 안 남았다며 극구 사양을 하는 할머니와 아주머니들이 실랑이를 하는 것을 다른 사람들은 그 광경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눈치 없이 막 승차를 한 건장한 외국인 남성 둘이서 자리가 빈 것을 보자 "쌩큐" 하며 재빨리 자리에 앉는 것이 아닌가?
주위에 있던 사람들도 어이없어해 했지만 영어를 못해서 그런지, 아니면 딱히 말할 계제가 아닌지 머뭇거리며 있자 정의의 사나이 진서씨, 호텔에서 외국인을 상대하던 그 기량을 발휘하여 일갈했다.
"싯 다운"
갑작스런 외침에 두 외국인은 놀라 멍하니 목소리를 낸 상대를 바라보다 그들 특유의 손놀림으로 두 손을 중간정도 들고 모르겠다는 듯 "으흠" 하였다.
그들의 능청스러운 연기에 더 화가 난 우리의 라이브 가수 평소 노래하는 목소리보다 더 크게 말하였다.
"싯 다운"
두 번째로 핏대를 올리며 sit down을 연발하자 이 외국인 어눌하지만 분명한 한국말로 말하였다.
"저 앉았잖아요."
이쪽저쪽에서 동포들의 킥킥대는 소리에 갑자기 수세에 몰린 지하철가수는 다음 역에 도착하자마자 문이 열리기가 무섭게 하차를 하였다.
남의 일에 상관하지 말아야 하는데 라는 후회와 함께.
박우물이 지하철 문화마당에서 퍼올린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