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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듭되는 강도에 대한 두려움

박우물(둘째형)

by 종이인형 꿈틀이 2007. 5. 7.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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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조카를 페루 제2도시에 놔두고 나는 한국에 귀국을 하니 사람들이 어찌 어린 조카만 그냥 달랑 놔두고 왔냐며 염려스럽게 물어온다.


아직 남은 올해의 안데스 후기도 후기지만 조카와 페루살이 아옹다옹하는 이야기도 제법 꺼리가 많아 써가고 있는 중에 녀석의 신변과 관련된 두 번의 강도 사건이 터졌다.



원래 마지막에 써야 할 이야기 같은데 이 소식을 먼저 적어야 할 것 같다.


올 초 우리 스탭들이 애써 인터넷으로 주문해 페루까지 들고 온 신형 MP3를 강탈 당했댄다.


처음에는 믿어지지 않았다.


몇 번 그런 시도를 당했지만 몸놀림이 좋은 대한의 청소년답게 혼자 뒤쫓아 발길질 한 번으로 제압을 하고 악기를 되찾아오거나 옆 동료가 소매치기를 당하려는 순간 주먹을 날려 잡범을 잡은 녀석인데 어쩌다 당했다는 것인가?





“어찌 된 거니?”


녀석에게는 아버지, 내게는 형에게 그런 소리를 듣고 어찌된 연유인지 몰라 있을 때 0000으로 찍힌 전화가 아무래도 조카에게 온 것 같아 수화기를 들었더니 역시나 녀석이다.


“콜로세움 있잖아요. 종합운동장 같은 데 갔다가 강도를 만났어요.”


“아니, 이번에는 왜 그렇게 속수무책으로 당했냐. 다른 때는 잘도 해결하더니.”


“4명이었어요.”


숫자적으로 열세였나 싶어서 고개를 끄덕였더니 그게 아닌가 보다.


녀석에게 항상 전자제품은 옷 안쪽에 드러나지 않도록 주의를 주었지만 이번에 새로 바뀐 물건도 아마 옷 밖에 드러내놓고 다녔나보다.


한국에서도 최신 모델로 동영상과 어학학습기능에 라디오기능부터 디자인도 제법 예쁘장한 것으로 기억되는 그 신품을.


“야, 천하의 박지원이도 이번에는 쪽수에 달려 순순히 넘겨줬나 보네.”


“아니요. 바로 한 놈을 때려 눕혔는데 몸을 심하게 움직이다 바닥에 MP3가 떨어졌어요. 나머지 놈들이 그거 집어 들고 도망가는데 따라가 잡아도 제가 그 애들을 당할 자신도 없고 해서 포기해버렸어요.”


“그래, 그 자식들 되게 의리 없는 놈들이네. 바닥에 쓰러진 친구도 그냥 놔두고?”


“그 자식은 나중에 알아서 바로 도망가던데요.”


썰렁한 농담으로 달래려 엉뚱한 말을 하였지만 내가 있을 때와 달리 혼자 있을 때 생긴 사고라 마음이 적이 안쓰럽다.


“어쨌거나 다행이다. 그쪽 길은 위험하니 다니지 말고 움직이더라도 혼자는 가지 마렴.”


“예.”




그러면서 녀석은 나와 인연이 있었던 국어교사 꼰수엘로를 통해 장기 여행중에 일시 아레끼빠 도시에 정착하기로 했다는 한국인 여성을 소개받았다고 말한다.


그 여성은 거주지에 들러 주변 환경을 보더니 곧 바로 이사하라고 강권하더란다.


현지음악인과 같이 있도록 내가 나오면서 조치를 취했지만 이제는 녀석 혼자 홀로서기를 하는 입장인데다 계속 거기 살아라 강요할 수 없어 녀석에게 잘 판단해 결정하라 하였다.





그러고 나서 채 10일도 안되어 이번에 또 다른 사건이 터졌다.


아직 나와는 전화가 안 되었지만 그 거침없던 아이가 처음으로 두렵다는 감정표현을 쓴 것으로 미뤄 자초지종이 어떤지 모르지만 충격이 심했나보다.


형에게 보낸 편지를 전송받아서 내용을 읽어보니 지금쯤 여행비자가 만기가 되어 칠레로 넘어간 것 같다.




녀석이 타국에서의 난관과 어려움을 잘 이겨내고 고교과정을 마쳤으면 좋겠다.


아래에 녀석이 형에게 보낸 메일 중 일부를 그대로 옮겨본다.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기도를 부탁하는 것이 결례가 아니라면 부탁하고 싶어서......




PS: 또 이런 일들로 페루 사람들 전체에 대한 비방성 댓글은 원치 않는다. 그곳에서 만나 가족이 된 소중한 사람들마저 모두 도매금으로 넘겨질 까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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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제 답장 보내요 ..


컴퓨터가 고장 나서 그냥 고치지 않고 있어요




여기 너무 위험하네요 ..


화요일날  아침에 집을옮기고


저녁에 칠레를 가요.




아직 여행비자라서 3개월 만에 나가야  되서


날짜가 다 됬어요.


10만원정도 보내줬으면 해요.


화요일 아침 안에 ..


자꾸 보내 달라고해서 죄송해요.


혼자 사니깐  돈이 더욱 많이 드는 것 같아요.


이번 달이랑  다음 달까지는 돈 이 좀 들것 같아요


이번엔 비자 때문에 칠레 가지만


한국에서 서류가 오면  리마를 가야 되어서...


칠레는 우리나라랑 물가가 비슷해서


돈이 많이 들어요.




화요일날 저녁에 갔다가 토요일쯤 올 것 같아요.


칠레 이게 마지막 여행이 될 것 같아서




사실 강도 만났어요.


엄마한텐 말하지 마시구요.


............


그냥 다행이 다친 데는 없는데


지갑 뺏겼어요 


집값 낼 려고 10만원 있었는데 그거 다 뺏겼어요 ..


그래서 한 달간 여기 후안까를로스네 집에서 살다가 ..


집을 더욱 안전한 사가 쪽으로 옮길까 해요.


오늘 한국형만나서 이런 애기하니깐


다행이라고도 하지만 당장 옮기라고 하네요.


집이 같은 데를 맨날 들어가고  그리고 얼굴이 또 다르니깐.


자꾸 이렇네요.





그냥 지금 막 무섭네요 ...


집을 빨리 옮기고 기도 좀 많이 해야겠어요 ..


기도 부탁드려요.


늘 안전하고 지켜주도록.


그리고 요즘은 좀 외롭기도 해요.


그렇지만 열심히 할 수는 있어요.


지켜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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